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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사람 먹거리

우리 땅, 우리 사람들, 그들이 사는 곳에서 나는 먹을 거리 이야기

나물 키우러 산에간 사람 화순 "산채원" 김규환씨
제목 나물 키우러 산에간 사람 화순 "산채원" 김규환씨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 작성일 2010-04-08
  • 추천 0 추천 하기
  • 조회수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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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키우러 산으로 간 사람
화순 ‘산채원’ 김규환

남인희 기자  

▲ “내가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한낱 잡초나 들풀이었다가 내게로 와서 나물이 된 것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산나물공원 산채원의 김규환씨.
ⓒ 전라도닷컴 윤영호기자

그는 요즘 하늘 보는 일이 잦아졌다. 땅에다 뭘 심고나서부터다.
아주 작고 하찮아 보이는 것, 먼지 같은 것, 그런 씨앗들을 일으켜 세워 세상에 초록을 채우는 일이 하늘에 달렸다는 것을 알고나서부터다.
“여기는 조선시대 때부터 휴대폰이 통하지 않은 곳이에요, 하하! 나에겐 낙원입니다.”
화순 백아산(810m)기슭 대판골에 자리한 ‘산채원’((山菜園, 화순 북면 방리). 30만평의 산기슭에 200가지의 산나물이 자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산나물공원을 만들어 가고 있는 김규환(43)씨. 

ⓒ 전라도닷컴 윤영호기자

 

▲ 된장덩어리에 밥만 싸가지고 골짜기로 들어가면 ‘산애(愛)진미’가 기다린다. 산나물 뚝뚝 꺾어 채반에 걸게 차린 점심. 쌉싸레한 것이, 달큼한 것이, 향긋한 것이… 어디, 이번엔 잔대쌈 한 입!
ⓒ 전라도닷컴 윤영호기자

봄이 되면 나물 생각에 가슴이 쿵쿵
그이에겐 오래된 병이 있다. 봄이 오려 하면 가슴이 쿵쿵거린다. 무언가를 간절하게 기다려 본 사람들이라면 그런 증세를 알 것이다. 그가 기다리는 것은 나물이다.
“봄에 나는 모든 싹은 나물이다. 바닥에 넙죽 엎드린 연한 풀, 땅 속에 머리를 팍 처박고 있는 바알간 싹, 가녀린 몸을 살짝 드러낸 노오란 들꽃, 나무를 친친 감고 올라가는 파르스름한 넝쿨, 이 모든 게 나물이다.”
허름한 시골집 주변에도 들에도 산에도 온통 먹을 것이 지천인 봄. 그의 봄은 냉이에서 시작된다.
“나순개(냉이)를 캐내려면 오래된 무딘 칼을 챙겨야 한다. 아직 땅이 꽁꽁 얼어 있는 때라 뿌리까지 캐려면 칼 하나 버릴 작정은 해야 한다.”
어릴 적 그의 어머니는 그렇게 캐낸 냉이로 무 구덩이에서 무 한쪽 꺼내 어슷어슷 쳐서 냉이된장국 푸짐하게 끓여내고, 살짝 데쳐 된장에 조물조물 무쳐 내고, 반쪽 남은 무를 채썰어 냉이생채로 반찬을 더했다.

냉이 다음은 ‘달룽개(달래)’다. 볕 바른 양지를 골똘히 쳐다봐야 겨우 찾아낼 수 있는 달룽개. 뿌리까지 다치지 않게 캐는 데는 공력이 들어간다. “돌 하나 밀치고, 돌 두 개 들어내고 바늘같이 가녀린 허리 거쳐 더 파들어가면 동글동글한 작은 뿌리가 뒤엉켜 있거나 달랑 하나 숨어 있을 때도 있다.”
달룽개 몇 뿌리 쫑쫑쫑 잘게 썰어 마늘 참깨 고춧가루 참기름 갖은양념 넣어 만든 ‘달룽개장’ 한 가지면 밥 한 그릇 쓱싹 비벼 해치울 수 있었다. 쑥쑥쑥 나오는 야들야들한 쑥을 된장 풀어 쑥국 끓이고 나면 코딱지나물 광대나물 산부추가 따라나온다.
그에게 봄은 ‘쓴맛 보는 계절’이기도 하다. “민들레 씀바귀 고들빼기의 쓴맛을 봐야 비로소 봄이다. 엉겅퀴 싹은 서너 뿌리만 캐와도 씁쓸하고 머구(머위)는 생으로 무치면 소태 맛 저리 가라할 정도다. 춘곤증에 어리어리한 정신이 화들짝 깬다.”


▲ 밟히는 게 산나물이고 뜯는 것마다 산나물이다. 200여 가지 산나물이 자라는 산채원. 고사리 곰취 산마늘 우산나물 피나물오미자 가죽나무 더덕 둥굴레 곤드레(위쪽부터)도 지천이다.
ⓒ 전라도닷컴 윤영호기자

숲속에서 ‘곰발바닥’을 만나는 희열
봄맛을 찾으려면 지갑 들고 유기농나물 사러 백화점으로 마트로 가지 말고 칼 한 자루 들고 산으로 들로 쏘다니라는 것이 ‘나물도사’의 조언. 한데서 눈과 바람 다 겪으며 겨울을 나느라 제 속에 품은 그 지극한 향을 어찌 욕심내지 않을 수 있느냐 한다.
사람들이 벚꽃구경이다 뭐다 꽃을 좇아 다닐 때 그는 새싹을 찾아 산비탈에 엎드린다.
“산자락에 오르면 땅두릅이 인사하고 비라도 살포시 내리면 고사리, 고비가 구부정하게 땅을 비집고 올라오고 뒤따라 더덕 딱주(잔대), 삽주 싹이 바닥에 깔린다. 고개 들면 빨간 옻순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개두릅과 가시오가피 진한 내음 접하면 초고추장 생각이 절로 난다. 화살나무 고추나무 잎 따고 다래는 넝쿨째 데려오고 싶다.”

봄날 골짜기에 가득한 것은 취나물 향기만이 아니다. 구절초 쑥부쟁이 수리취 미역취 며느리취 병풍취 바위취 단풍취 개미취 벌개미취 누룩취가 함께 있어 봄산이 향기롭다.
그가 특히 그 향기를 사랑해 마지않는 나물은 산나물의 제왕 곰취. 곰이 첫눈이 녹자마자 겨울잠에서 깨어나 제일 먼저 맛보는 풀이어서 곰취라고도 하고, 곰발바닥 모양이라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층층나무 하얀꽃이 필 무렵 이 야들야들한 곰취를 된장에 싸서 먹으면 이보다 더 좋은 향기를 구하기 힘들다. “조금 덜 쓴 곤달비와 혼동되는데 곰취는 자루(줄기)에 홈이 파였다.”
산자락 내려오다가도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은 고려엉겅퀴라고 알려진 곤드레. “곤드레밥도 좋고 곤드레 나물도 좋다. 거기에 질경이라도 더하면 그 향에 곤드레만드레 쓰러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철쭉이 부풀어오를 무렵이면 개두릅 여행을 떠나야 한단다. 가시투성이 엄나무 싹이 개두릅(엄두릅)이다 “가시가 있는 것은 모두 약이여.” 나물 찾아 돌아다니다 만난 강원도 두메산골 어르신의 금언이었다. 첫 느낌은 쓴 듯하지만 먹고 나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인 것이 개두릅이고 그 다음이 참두릅, 땅두릅(독활)은 떫은맛이 강해 무쳐 먹는 게 좋단다. 
“만약 산신령이 나타나 “니 두릅이 어떤 두릅이냐 참두릅이냐 땅두릅 개두릅이냐” 한다면 예이 개두릅이옵니다 해야죠.”

산에서 돌아와 한 망태 풀어놓으면 은금보화가 부럽지 않다. 생으로 쌈싸먹고 데치고 버무리고 뒤적이고 된장에 국끓여 먹고, 에헤라! 모두 한데 무쳐서 그 봄맛에 익사해 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눈으로 먼저 먹고, 코로 향기 맡고, 혀로 오미(五味)를 느끼다 보면 ‘내 생의 봄날’이 가는 것 같아 하루하루가 아깝다.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니다. 된장덩어리에 밥만 싸가지고 골짜기로 들어가면 ‘산애(愛)진미’가 기다리는 봄.  “내가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한낱 잡초나 들풀이었다가 내게로 와서 나물이 된 것들”이 있어 행복하다.
왜 아니랴. 옛말에 “소나 염소가 먹는 건 다 나물”이라 했으니 그저 밟고 지나갈 양판지심 벌금자리 찹쌀뱅이 좁쌀뱅이까지 손으로 뚝뚝 찢어 된장 고추장 섞어 버무리고 주무르거나 된장국 끓여서 다디 달게 먹는 그이. 개망초(달걀꽃, 풍년초)도 나물이다. 툭툭 잘라오면 데치면서부터 즐겁다.

▲ 찾았다. 곰발바닥! ‘산나물의 제왕’ 곰취는 곰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제일 먼저 맛보는 풀이어서 곰취라고도 한단다. 야들야들한 곰취를 된장에 싸서 먹으면 이보다 더 향기로울 수 없다.
ⓒ 전라도닷컴 윤영호기자

“양념은 하나마나하게 둘둘 주물러서”
‘양념을 하나마다하게 둘둘 주무르면’ 그것이 나물요리. 어릴 적 엄마손 나물이 그러했다. 마늘 몇 쪽 넣고 재료에 따라 궁합 맞춰 주섬주섬 된장 고추장 조선간장 초고추장 대충 풀고 조물조물 비비고 무쳐 뚝딱 차려내면 쓴맛, 신맛, 쌉쌀한 맛, 씁쓰레한 맛, 새콤한 맛의 나물들이 합창을 했다. 나물 무치던 투박한 손으로 한 움큼 입에 넣어 주던 그 상큼한 맛을 지금에도 잊지 못한다, 그렇게 잊지 못하는 고향의 추억들이 많아 《잃어버린 고향풍경》이라는 책을 내기도 하고 <시골아이(
www.sigolI.com)>라는 인터넷 고향신문을 창간하기도 했다.
“돌나물은 물김치 담그면 사각사각 씹히는 소리만으로도 행복하다. 머위는 데쳐서 된장에 무치면 한두 시간은 입안에 향이 가득하다.”
무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산나물김치, 물김치, 장아찌, 부각, 죽, 구절판, 밥에 떡에, 차, 향수까지 두루 만들어낼 수 있다.” 시시때때로 그런 궁리가 즐겁다.
나물요리전문가라 할 그가 알려주는 산나물 무치는 요령 중 하나. 생나물은 참기름 쓰고 묵나물(마른나물)은 들기름 쓰면 오롯이 본래 맛을 느낄 수 있다 한다.

‘밥상 위의 녹색혁명’ 일으키고파
“어렸을 때 나물을 먹고 싶으면 소죽 쒀 놓고 나서 호미나 칼 들고 나물 뜯으러 다녔다.”
요즘이야 품종개량이다 뭐다 하여 하우스에서 철없이 생산해 내는 게 나물이지만 나물은 제철이라야 제맛이다. “가을상추는 문 걸어 놓고 먹는다 하고  가을아욱은 씨엄씨 몰래 문고리 잡고 먹는다지 않는가”
하우스나물을 토종야생나물에 비할 것인가. 산과 들 밭둑 태생이라야 토종나물의 진골이고 성골이다. 그런 야생 나물을 산자락에 기르면서 밥상에 백 가지 나물을 올리는 산나물공원을 이루고 싶었다. 나물로도 먹고 꽃으로도 즐기니 봄이면 나물동산 가을이면 꽃동산 되어  걷고 싶은 산나물공원에 정자 두어 채 앉히고 판소리 ‘산나물가(歌)’한마당쯤 지어내 부르는 곳, 그게 그이가 꿈꾸는 낙원이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 베고 누웠으니, 라고 하지 않았는가. 건강한 먹을거리와 여유를 누리는 삶이 현대인이 그처럼 꿈꾸는 웰빙의 최고 경지 아닌가.”  

산채원을 이루기 위해 고향인 백아산 골짜기로 들어온 데는 이유가 있다. 상수원 최상류라 오염도 되지 않았고 오염을 시켜서도 안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청정 산나물천국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우리나라 국토의 70%인 산의 가치를 재창조하는 일이다. 시·군마다 산채원이 하나씩 만들어진다면 위기의 농업을 구하는 또 다른 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우스도 아니고 밭에서 기른 것도 아니고 산 속 숲 속 높고 깊은 나무 아래서 자란 나물이다. 노지에 심는 것보다 수확이 적더라도 최소한의 손길만 들여 자연상태에 가장 가깝게  심어 향이 그윽하고 부드럽기 그지없으며 각종 효능이 그대로 살아 있다면 진짜배기 명품 아니겠는가. 그리 되면 소포장으로 직배하는 판매망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산에서 보내온  나물 보따리들이 어머니가 챙겨준 그것처럼 농약과 조미료로 병든 식생활을 바꾸는 ‘밥상 위의 녹색혁명’을 일으킬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전라도닷컴 윤영호기자

전 부쳐먹던 토종 맨드라미 한 포기 얻고 감격
일찍이 이 세상에 없었던 꿈을 함께 품어 준 아내 강춘희(46)씨.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정호승, ‘결혼에 대하여’중). 그런 시구에 꼭 들어맞는 남편을 절대적으로  지지해주는 아내와 아들 해강이, 딸 솔강이와 함께 귀향 프로젝트 본격적 단추를 꿴 것은 2005년.
경기도 가평에 살던 12년 전부터 산나물의 가짓수를 늘리는 일에 미쳐 지냈다. 단 한 포기라도 얻을 수 있다면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산나물의 종자를 늘려나갔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산채시험장’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가 씨앗을 구하는 데는 철칙이 있다. 오직 우리 것을 자원화하고 외래종을 멀리 한다는 것. 그렇게 구한 가짓수가 120여 가지, 먹어본 것으로 치면 150가지가 넘는다. 씨앗과 뿌리, 줄기를 모아 200여 평 남짓한 땅을 1년에 10만원씩 주고 빌려서는 오밀조밀 심어 종자를 받았다. 툇마루에 산나물 씨앗이 가득가득 담긴 자루를 두고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그렸다.

2006년 11월 고향에 내려왔다. 고향 송단마을은 예전에 국내의 복조리를 모두 만들던 곳. 세 마을 합쳐서 150호가 넘었던 마을은 다 합쳐야 20호에 27명의 노인들만 살고 있었다.
하지만 백아산은 여전했다. 없는 게 없다는 백아산, 고려삼의 시배지인 백아산이 그의 꿈을 받아들여 주었다. 땅을 임대했다. 그이가 산나물농사꾼으로 귀향하면서 화순 북면 산나물 농가는 현재 8가구로 늘어났다. 북면은 산나물을 특화사업으로 지정했다. 산채원 일을 함께 하게 된 동네 할머니들의 삶에는 생기가 돈다. 산골짜기에서 평생 산나물 조물조물 무쳐 밥상에 올리던 분들, 진정한 나물박사님들이시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잘 하는 일을 하게 됐으니 그럴 법도 하다.
“산나물 재배는 동네 할머니들도 덜 힘들게 당당하게 한몫 할 수 있는 일이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하는 생산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창고 같은 집을 조금 손봐서 새둥지 같은 삶터를 마련하고 나서 그는 애오라지 산나물 종자만 늘였다. “심심산천에 백도라지라는 노래는 왜 있나. 뭔가 다른 데가 있지 않겠나 싶어서 도라지밭에 백도라지꽃 핀 것만 가려 일일이 노끈을 묶어 표시를 해 두었다.” 
동네 친구집에서 예전에 전 부쳐먹던 토종 맨드라미를 발견하고 딱 한 포기를 얻고 나서는 춤을 추고 싶었다. “수 백 수 천 년 나물로 먹어왔던 소중한 자산을 하나 더 추가한 것 아닌가.”
가을에는 씨앗 베어 말리느라 해가 짧았다. 첫 해엔 냉이 씨앗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그냥 베어와서 콩타작하듯 방망이로 두들겼다. 흙먼지보다 더 작은 알갱이는 갈대로 만든 방빗자루로 슬슬 쓸어모은 양이 사료 포대로 얼추 세 가마니였다. 그것을 골짜기에 다 뿌렸다. 

▲ 동네 할머니와 고사리 꺾으러 나서고 보니 걸음걸음이 흥겨운 춤이다.
ⓒ 전라도닷컴 윤영호기자

“항꾼에 숭구는 것이 좋아야”…어머니를 스승으로
나물을 심을 때 그의 선생님은 어머니였다. “항꾼에 숭구는 것이 좋아야.”
어머니 말씀대로 하고 보니 키 큰 나무 아래 올망졸망 나물이 서로 어우러지는 풍경이 어여뻤다. 중요한 건 나물이 좋아하는 자리에 심는다는 것. 이를테면 두릅 있는 곳에 두릅 심고, 고사리 자라는 옆에 고사리 심고, 딱주가 몇 개 보이면 딱주 심고, 더덕 넝쿨이 뻗어 있으면 더덕 뿌리와 씨앗을 심고, 곰취 눈에 띄는 자리에 사촌격인 곤달비를 심는 식이다.
백아산에서 보물을 만드는 그의 생활의 중심은 언제나 산나물이다. “내게 귀향은 대박을 꿈꾸는 환상이 아니다. 몸으로 살아가는 노동의 시작일 뿐이다.” 냉이 씨앗 털어내고 파드득(반디, 가짜참나물)을 낫으로 베고 삼잎국화밭 매고 곤드레밭 풀 뽑고 곰취밭 살피고 산마늘 어린 모종밭에 바래기 뽑고 누룩취 옮겨 심고 취나물 삶아 널고 더덕이 잘 났는지 안부 여쭈러 가고…. 나물로 하루 해가 진다.

▲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 베고 누웠으니’의 경지를 누릴 수 있는 백아산 청정산골의 산채원. 새소리 물소리 들으며 산책하는 산나물천국이다.
ⓒ 전라도닷컴 윤영호기자

이제 산채원 30만평엔 곰취 곤달비 곤드레 고들빼기 고수 엄두릅 참두릅 땅두릅 헛개나무 옻나무 오가피 참가죽 초피 홑잎 고춧잎 등 순을 먹는 나물과 더덕 딱주 도라지 등 뿌리식물, 오미자 산양삼 단삼 백작약 작약 같은 약용식물에 참나물 미나리 백지 누룩치 당귀 방풍나물 어수리 고사리 취나물 분취(수리취, 분대) 냉이 달래 방앗잎 박하 산마늘 어성초 산부추 쑥부쟁이 삽주 삼잎국화 지취 파드득 우산나물(도깨비부채, 삿갓쟁이) 돌나물 등 200여 가지 산나물이 자라고 있다.
산나물백과사전이 자연에 펼쳐져 있는 셈이다. 밟히는 게 산나물이고 뜯는 것마다 씹는 것마다 산나물이다.

그와 함께 걷는 산나물공원은 눈이 즐거웠고 입이 즐거웠다. 새로 난 잎잎마다 따서 입에 넣고 맛을 보았다. 에퉤! 하고 싶을 정도로 쓴맛이 나중엔 오묘한 단맛으로 남았다. 그게 나물맛이라 했다. 그게 삶의 맛이라 했다. 쓴 맛 보고 나면 단맛 온다.
유년시절도 청년시절도 주머니에 돈이 넉넉했던 적이 단 한순간도 없다.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몸 붙일 방이 없어 수년간 학교 강의실에서 책상을 붙이고 잠을 잤다. 그래도 누구 다른 사람 처지를 부러워 한 적 없다.
“이웃집에서 고사리 꺾어 왔다면 그게 그리 부럽긴 하더라, 하하!”
땅 한 평 없어도 온 국민의 밥상을 바꿀 꿈을 꾼 사람. 백아산 자락에 산나물천국을 만들고 있는 그의 봄은 찬란하다.
“머리 숙여 나물을 보라. 싹싹싹 싹을 내민다. 촉촉촉 촉을 내민다. 쑥쑥쑥 땅을 비집고 올라오고 촉촉촉 가지 끝에 불밝히듯 촉을 밝힌다. 저것들을 보노라면 없던 희망도 용솟음치지 않는가.”

글=남인희 기자 사진=윤영호 기자


※산채원에서는 5월1일부터 5일까지 제1회 화순 백아산 산나물축제가 열렸다. “걷고 싶은 산나물 공원으로 200가지 산나물 향기를 만나는 봄소풍을 떠나자!”고 초대장도 보냈다. 이 산중축제엔 마이크도 노래자랑도 공연도 없다. 조용히 오솔길 산책하고 새소리 시냇물소리를 듣고 산나물과 들꽃을 들여다보고 나무를 안아보는 시간, 자연과 사람의 조용한 대화와 교감의 자리가 있을 뿐. 산나물 이름 맞추고, 산나물 심고, 가죽부각 만들고, 산나물떡 만들고, 산나물쌈밥 산나물비빔밥 산나물도시락 산나물김밥 먹고. 그렇게 재미지게 한판 놀았다.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옥과 나들목-우회전 15번 국도-관음사 입구-산길 고개 넘자마자 대광사 방향 좌회전 3.4km-방리 양지마을. 문의: 011-9043-4549(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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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출력  2009-05-18 16:22:48  
ⓒ 전라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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