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놈 제 발 저리다
대충 얼버무렸으면 들키지 않고 비자금 500만원 지킬 수 있었는데...
오늘 아침은 시장을 봐 야해서 아이들 등교길을 따라 나섰습니다.
세 아이가 오늘은 밥 한 공기씩을 뚝딱 비워 ‘저 밥이 우리아이들 피가 되고 살이 되겠지?’ 라는 생각에 괜히 기분이 좋고 든든했는데 이 기분도 잠시!!!
“자네 혹시 새마을 금고 돈 넣어둔 것 있는가?”
순간 제 머리 속은 ‘오메, 이런 때는 뭐라고 해야 스까? 사실대로 불어? 아니면 없다고 딱 잘라 말해?’ 없다고 오리발 내밀기가 사실은 양심에 걸렸습니다.
게다가 거기에는 절친한 선배분이 계셨는데 하필 어제 점심을 같이하고 나서 당하는 질문이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밖에 없더라구요.
뒷좌석에 앉아있던 장남이 “엄마는, 그냥 없다고 하면 될 텐데... 아빠가 그걸 확인하시겠어요?” “야! 나도 속으로 한참을 망설였다 이 녀석아!”
사실 그 돈은 몇 년에 걸쳐서 모아온 돈입니다. 동네 아짐들이 양파즙이나 호박즙 맡길 때 받는 가공료와, 가계부 쓸 때 조금씩 부풀려서 지출하고 남은 돈을 푼푼이 모아왔는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제 입으로 불고 말았습니다.
남편이 알아버렸지만.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그 유도 심문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제 약한 마음이 우스워 다섯 식구 모두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이미 알아버렸으니 만기가 되어 나오는 이자로 멋진 옷 한번씩 선물할 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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