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상품상세검색

검색

상세 검색

쇼핑 기획전

고객 상담 안내

  • 전화 : 070-7585-6280
  • 팩스 : 062-443-0788
  • 운영시간 : 전화: 070-7585-6280 팩스: 062-443-0788 운영시간 고객상담:평일09 ~ 18시 토요일 09 ~ 14시 입금계좌 농협 : 645818-51-020763 광주은행 : 122-107-306160 우체국 : 504035-01-001059 예금주 : (주)초록살림

운영일지

알뜰살뜰 쿠폰존


현재 위치

  1. 게시판
  2. 세상사는 풍경

세상사는 풍경

이것 저것 우리들 세상살아가는 모습들입니다.

"언제나 핀히 한번 봄맞이 해 본다냐'
제목 "언제나 핀히 한번 봄맞이 해 본다냐'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 작성일 2010-04-30
  • 추천 추천 하기
  • 조회수 70
  • 평점 0점

 
김도수
ehtn117@naver.com
광양에 거주하며 주말이면 고향인 전북 임실군 진뫼마을로 돌아가
밭농사를 지으며 주말 고향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언제나 핀히 한번 봄맞이 해 본다냐”
진뫼마을 어르신들 몸 만드는 봄

▲ 언 강이 풀린 봄날. '몸 만들기'를 위해 섬진강변 흙길을 따라 걸어가는 진뫼마을 어머니들.
ⓒ 김도수

꽃샘추위가 한바탕 휘몰아치고 간 뒤 봄비 내리더니 진뫼마을 강변엔 하루가 다르게 연둣빛 물감이 번져 나가고 있다. 겨우내 산골짜기마다 바짝 엎드려 있던 얼음들은 봄비에 녹아‘졸졸’노래 부르며 남해 바다 망덕포구를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올 한해 또 얼마나 뛰어댕겨야 눈발이 휘날린다냐”
봄비에 불어난 강물이 징검다리를 넘기 시작하면 진뫼마을 농부들은 마을회관 방에서 ‘농한기’해단식을 갖고 논밭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농부들, 고무신 속에‘찍찍’물 소리 내며 나가는 진뫼마을의 봄.
겨우내 회관 방에 모여 사는 진뫼마을 사람들은 설 명절이 지나면 “올 한해 또 얼마나 뛰어댕겨야 눈발이 휘날린다냐”하며 쑤시는 어깨와 팔 다리를 주물럭거리며 가버린 겨울을 아쉬워한다.
꽃 피고 새 울어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된 이 봄날, 마을회관 현관에 벗어놓은 신발 수를 세어봤다. 갈수록 점점 줄어드는 신발짝을 보니‘이제 진뫼마을도 문 닫을 때가 서서히 다가오는가’싶어 씁쓸하기만 하다.
폐가로 방치됐던 고향집을 사서 돌아오던 98년 3월 이후 벌써 마을 어르신들이 열 두 분이나 돌아가셨다. 지금 현관에 놓여진 신발 켤레 수와 엇비슷한 숫자다. 그 때나 지금이나 밖으로 흘러나오는 회관방 텔레비전 소리는 여전한데 마을 사람들 목소리는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

겨우내 비어 있던 집에도 사람소리 두런두런
눈보라 휘날리며 꽃샘추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주말 오후, 회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서울로 엉덩이뼈 관절수술을 하러 갔던 아랫집 점순이네 아버지가 마을 사람들과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이고! 오랜만이네요. 어떻게 수술은 잘 되었다요? 가까운 데 같으먼 한 번 가본디 병문안 한번 못 가보고 말았네요.”
“별 소리를 다 허네. 수술은 아주 잘 됐다고 허도만. 물리치료를 쬐께 더 받고 니리(내려)가라고 했는디 하도 집을 오랫동안 벼둥게(비어두니까) 궁금히서 못 있겄더라고. 인자 수술 했응게 괜찮겄제.”
점순이네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왼쪽 엉덩이뼈 관절이 안 좋아 절룩거리며 힘들게 농사를 지어왔다. 다리가 아프니 지난해 추수 일은 모두 점순이네 어머니 몫이었다. 갈수록 통증이 심해지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지난해 가을 추수 끝나자마자 서울로 올라가 수술을 받고 오랜만에 내려온 것이다.
지난 겨울 고향집에 갈 때마다 아랫집 점순이네 부모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아내가 말했다.“아랫집은 어디 갔는가 벼.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제, 통 사람 소리 한번 들리지 안혀.”
“점순이네 아부지가 다리 아파서 지팡이 짚고 다녔잖여. 서울로 수술 받으로 갔데아. 윗집 재섭이네 어메도 서울 자식들 집으로 올라가 불어서 없고, 위 아랫집이 다 비어 불었네. 따순 봄이나 돼야 니로실(내려오실) 것이고만.”
먼 친척보다 더 가깝게 지내는 게 이웃이라는데 겨우내 위아래집에 사람소리 들리지 않으니 우린 봄이 오기를 무척 기다렸다.

▲ 진뫼마을회관 현관에 놓인 신발짝 수를 세어본다.
ⓒ 김도수

“봄 됐응게 인자 몸 추스려야 농사짓제”
마을 사람들은 봄이 되니 겨우내 쉬었던 몸을 서서히 풀 때가 되었다는 듯 운동하러 강변 길을 나서고 있다.
“봄 됐응게 인자 몸 추스려야 농사짓제. 심난히도 어쩌겄어. 좋은 전답들 묵히 불먼 안 돼잖여. 아직까지 걸어댕길 힘은 있응게 농사짓기 좋은 전답들은 져야제.”
진뫼마을 사람들은 설이 지나면서부터 몸 만들기에 나선다. 처음엔‘윗골’로 2~3킬로씩 가볍게 산책을 나간다. 그런 뒤 일년 열두 달 응달진 저리소산에 눈이 녹으면 그 쪽으로 코스를 바꾼다. 저리소산 강변 길에 겨우내 얼어붙었던 얼음들이 봄비에 녹아 내리면 마을 사람들은 장천선(장산리와 천담리를 잇는 길)길을 따라 5~6킬로씩 걷는다.
무슨 운동을 하던 준비운동을 철저히 해야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겨우내 회관 방에 모여 놀던 진뫼마을 사람들도 운동선수들처럼 몸을 단단히 만들어 농사철을 대비한 몸 만들기에 나서는 것이다.
장천선 길은 산과 산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실핏줄처럼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 난 한적한 비포장길이다. 길가에 전봇대도 없고 자동차도 거의 다니지 않아 맑은 공기 마시며 깐닥깐닥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지난해 가을, 관청에서 울툭불툭 패인 자갈길 대신 잘게 부서진 돌들을 아스팔트처럼 단단히 다지며 깔아 놓아 늙으신 부모님들께서 걷기에 아주 좋다.

농사철 대비해 운동선수들처럼 단단한 몸 만들기 돌입
운동 나서는 아버지들은 한 분도 없다. 모두 어머니들뿐이다. 현재 열 다섯 가구인 진뫼마을에 아버지들은 모두 여덟 분이 살고 있다. 그 중 여섯 분이 겨울철이면 어머니들과 함께 회관 방에서 노는데 운동 나가는 것은 좀 쑥스러운지 한 분도 없다. 아니, 가끔씩 산으로 약초 캐러 다녀서 평소 운동을 하며 지내서 그런가 보다.
어머니들은 아침밥 드시고 9시쯤 해서 산책 겸 운동을 나선다. 마을을 출발해 천담마을까지 갔다 오면 5~6킬로쯤 걷게 되는데 2시간 정도 소요된다. 힘이 드는 분은 천담마을까지 안 가고 중간쯤에서 다시 돌아온다. 잘 걷는 사람, 못 걷는 사람이 있으니 단체로 뭉쳐서 가지는 못하고 두 패로 나뉘어 가거나 또는 각자 몸 상태에 따라 조금씩 떨어져 걷는다.
어머니들 중에는 다리가 아파 절룩거리는데도 운동을 따라나서는 분도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 운동을 해서 남들 농사지을 때 어떡하든 따라 지어야겠다는 각오가 남달라 보인다.
운동 가는 길에 나누는 이야기들도 다양하다. “누구네 자식은 지난번 큰 아파트를 사서 이사를 갔는디 아파트 값이 상댕이(상당히) 올라서 우리가 평생 농사지은 돈보다 훨씬 많이 벌어불었다"는 둥, "우리 아들은 요즘 건설경기기 안 좋아 일감이 없응게 며칠째 놀아서 답답히 죽겄다”는 등 자식새끼들 살아가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아이고, 어쩌꺼나. 벌써 아지랑이가 피어나네” 
산과 산 사이를 휘돌아나가며 S라인 몸매 만들듯 굽이쳐 흐르는 강을 거슬러 마을 가까이 다가오자 개구리들이 크게 울어댄다. 농사가 시작됐다는 개구리들‘휘슬’소리에 어머니들은 맘이 심란한지 점점 걸음걸이가 느려지며 이마에 파인 주름살 더욱 골 깊어진다.
걷다가 앞산이 눈에 들어오면 어머니들은 한숨을 푹푹 내쉰다. 땀 흘려 농사짓던 밭들, 이제는 묵정밭으로 변해가는 모습 차마 바라보기 민망해 고개를 돌리고 만다.
설 지나고 마당에 따스하게 햇볕 내려 쪼이기 시작할 이맘때면 귓가에 부모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이고, 어쩌꺼나. 벌써 마당에 아지랑이가 피어나네. 해가 갈수록 농사일 힘에 부쳐 죽겄는디 또 봄이 돼야 불었는개비여. 이 놈의 농사, 안 져 불 수도 없고. 언제나 핀히 한번 봄맞이 해 본다냐.”

▲ 진뫼마을 강변에 아지랑이 피어오른면, 진뫼마을 농부들은 논밭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 김도수


김도수님은 광양에 거주하며 주말이면 고향인 임실 진뫼마을로 돌아가 밭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징글징글한 고향사랑'의 마음을 담은 산문집 《섬진강 푸른물에 징검다리》(전라도닷컴)를 펴내기도 했습니다.


"전라도의 힘 전라도닷컴을 지켜주세요" >> 전라도닷컴 후원 신청하기 <<

기사출력  2010-04-02 17:44:51  
ⓒ 전라도닷컴  
첨부파일 489_00750_1.jpg
비밀번호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목록

삭제 수정 답변

댓글 수정

비밀번호

수정 취소

/ byte

댓글 입력

이름 비밀번호 관리자답변보기

확인

/ byte


*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


Meow Ard Designer

장바구니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