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무니, 보따리 이리 주세요. 무건디.” “개버와. 안 무거와.” “그래도 잠깐… 이리….” “오메 참말 내 새끼야. 암시랑토 안허당께.” “근디 이것이 뭐시단가요.” “시호. 약되는 풀이여. 여그 사람들은 다 이것 해서 가용 맹글어 써.” “근디 이거이 어디에 좋단가요” “열도 내롸 주고 감기도 낫고 사방 디 아픈 디도 낫고…. 시꺼서 몰려노믄 장사들이 와서 사가.” “참말로 약 되겄네요. 이렇게 춘 디서 잘 큰 거 봉께.” “그라제. 뿌랑지 잔 봐라. 지그 깐에는 바닷바람을 얼매나 버투고 얼매나 전딘 것인디.” “할무니같이요….” “잉??” “할무니, 근디 여기 살기 좋으세요?” “항! 여그가 여간 살기 좋은 디여. 먼 디서도 와싸. 갯바람 쐰다고. 글고 이런 것(시호)도 나고. 좋제! 항!” “할무니 이거 인자 제가 들어다 드릴께요. 무건께….” “하이고, 이런 것이 무거우문 이 시상을 어치게 산당가.”
고흥 외나로도 백양리 백초마을. 해거름에 커다란 보따리 이고 지팡이 짚고 휘적휘적 걸어가시는 곽판님(78) 할머니. 평생 그렇게 살아오셨다. 무거운 삶의 짐도 “개버와. 암시랑토 안해” 하면서 지고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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