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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성 기자 |
아가, 춥지야. 여그는 따숩다, 한나도 안 추와야.
어매허고 아부지는 시방 배추 뽑는다. 요건 잔 바라. 한데서 찬바람 맞음서 큰 것이 속은 어째 이리 보드란고. 사람 같으문 그런 대접을 받고 살문 속이 조깨 싸나와질 것이여. 암만 혀도 그라제. 나만 춥고 나만 고상이다 허고 불퉁불퉁 헐 것이여. 그란게 이라고 보드란 것이 포기포기 장하고 포기포기 이삐제.
인자 어매는 싸목싸목 짐장준비 헐 참이여. 니그들 온단 날 맞촤서 양님 준비해 놓고 배추는 소금 쳐서 숨죽여 놔야제. 짐치는 간 치는 것이 좌우허는 뱁이여. 배추가 잘 죽어야 짐치가 맛나. 배추가 지 성질대로 펄펄 살아 있으믄 맛이 요목조목 어우러지가니. 그라제, 부부지간에도 성제지간에도 놈의 식구들끼리도 나만 혼차 뚝성질 부리고 살믄 쓰가니.
니그 아부지허테 나는 그라고 산다. ‘나는 없소’ 허고 살아. 평생 이 가심(가슴)에다 간을 허고 산다. 니그 아부지가 언제 한번 사분사분 헌 적 있드냐만 시방도 그란개비다 허고 살아. 인자 늙어짐서는 안 딜킨다(들린다)고 입 똑 다물믄 그만이여. 만날 자기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냥반이여. 그런게 입다툼 헐 일도 없다. 그라제, 그것도 좋은 면이제. 이 시상에 좋은 말만 내놓음서 살아야제. 놈의 숭 보고 놈의 터럭(티끌) 잡고 그런 것이 못씰(몹쓸) 말이여. 가사(만일) 어짠(어떤) 사람이 걸어가문 저 사람은 걸음도 이삐다고 혀야제. 저 사람은 걸음도 물짜다(나쁘다)고 허는 것이 나쁜 말이여. 사람을 숭을 잡을라문 한정이 없어 나 듣고 자픈 그대로 놈헌티 허고 살믄 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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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성 기자 | 그란디 아가, 옷은 따숩게 입고 댕기냐 어짜냐. 감기 걸리믄 고상이여. 밥상에서 잘 묵어야 감기가 안 달라든다. 요새 같으문 된장에 멸치 비벼 넣고 실가리 폭 삶아놓은 것 옇고 매운 고치 쫑쫑 썰어 옇고 팔팔 낄여서 뜨겁게 밥몰아 묵으믄 그거이 괴깃국보다 맛날 것인디. 밥 묵어라. 밥 잘 묵고 댕겨. 글고 어매 아부지 일헌다고 걱정 말어. 저 산에 둔누기(드러눕기) 전에는 일해야제. 촌에서는 일 않고 놀고 있으문 떳떳허들 못혀. 일 안허믄 반거챙이(거지) 대접밖에 못받는 뱁이여. 내가 지어서 내가 묵어야 떳떳허제.
진안 마령면 강정리 월운마을에서 김경자(66) 전동수(67) 어르신 정리=남인희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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