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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써노문 잊어분께 앵기는 대로 써불어"곡성장 곡물상 이용희아짐 다라이
제목 "안 써노문 잊어분께 앵기는 대로 써불어"곡성장 곡물상 이용희아짐 다라이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 작성일 2010-08-03
  • 추천 0 추천 하기
  • 조회수 730
  • 평점 0점
 
“안 써노문 잊어뿐께 앵기는 대로 써불어”
곡성장 곡물상 이용희 아짐의 다라이
2010년06월18일 17시03분

ⓒ 전라도닷컴

“신랑각시 안 살아도 우리집이 깨가 쏟아지는 집이여. 들깨 참깨 겁나게 많잖애.”
말 끝에 “하하핫” 시원스런 웃음 매달린다.
곡성장 곡물상 이용희(69) 아짐.

이 집에서 쏟아지는 건 깨뿐만이 아니다. 다라이들을 기울여 탈탈 털어내면 깨알 같고 콩알 같은 글자들도 조르르 쏟아질 것 같다. 깨인 양 콩인 양 글자들도 다라이에 담겨져 있다.

‘술보 엄마 참꽤 두 되 있다’ ‘이장동생 8되’ ‘역전댁 10되 파란콩 1되’ ‘지동년 5되’ ‘대평리 검정콩 5되’ ‘침곡 검정콩 15되 있다’ ‘내가 줌 콩나물콩 8되’ ‘설센 한 되 샀다 두 되에서’ ‘이것또 냇것(이것도 내것)’ ‘결명자 5되 있다’ ‘ 대촌댁 3되 검정콩’ ‘8되 돈부 고치리’ ‘찰 8되 머시 2,0000 꿔감’ ‘참꽤 외상 받을 것 있다’….

농사 지은 할매들이 팔아달라고 건넨 곡물, 손님한테 주문받아서 ‘도란 장(돌아오는 장)’에 꼭 챙겨놓아야 할 곡물, 외상으로 내준 곡물 값 등등 “안 써노문 잊어뿐께 그때 그때 앵기는 대로 써분” 것들이 거기 새겨져 있다. 다라이들이 아짐의 거래장부이자 외상장부인 셈이다.
“치부책도 따로 있제. 근디 요것이 더 숼(수월)한께 앵기는 대로 여그다 써불어. 누야 몇 되다, 누야 뭣이다, 뭣 얼매 해놓씨요 고런 것들 다 쓰제. 외상 도라문 줘야된께 외상 받을 것도 써놓고.”

새벽에 장에 나설 때 옷주머니에 꼭 챙겨넣는 것, 매직펜이다.
“내가 국민학교는 댕겼어. 울 어매가 곤란허게 살았응께로 넘들 다 갈 때 못가고 열두 살에야 학교를 갔어. 나이가 많응께 이학년으로 들어갔제. 늦공부라 재미졌어. 그래서 오늘날까장도 이라고 뭣을 쓰기를 좋아한가 몰라.”

뭣이고 쓰기를 좋아해서 아짐은 일기도 더러 쓴단다.“질게는 아니고 짤룹게! 남편하고 입다툼했다 속상했다, 곡석이 얼매나치 뭣뭣 들왔다, 병원 가서 약 타왔다, 팽야 고런 것뿐여. 넘들이 보문 시시허제.” 

▲ “치부책도 따로 있제. 근디 요것이 더 숼(수월)한께 앵기는 대로 여그다(다라이에) 써불어. 누야 몇 되다, 누야 뭣이다, 뭣 얼매 해놓씨요 고런 것들 다 쓰제. 외상 도라문 줘야된께 외상 받을 것도 써놓고.” 곡성장 곡물상 이용희 아짐.
ⓒ 전라도닷컴

“내가 많이 냉기묵으문 폴쎄 논 샀어”

‘나 왔소’ 하는 인사인 양 가게에 들어서며 건네는 첫마디가 “아이고 허리야”나 “아고고 다리야”이기 십상인 할매들이 장보따리 내려놓으며 털썩 앉는 나무의자에도 글씨가 쓰여 있다. ‘곡성댁’ ‘심이정’이라고. ‘심이정’은 누구? 혹은 무엇?
“심은 울 어매 성. 울 어매 이름은 심판님! 나는 전주이씨 이용희! 남편은 정씬께 정센!”

친정 어매와 자신, 그리고 남편의 성을 따서 ‘심이정’ 석 자를 쓴 것. “나 혼차 이름만 있는 것보담 셋이 합해노문 좋제. 어매는 어매여서 존께 써놓고 남편은 기냥 남편인께 써놓고.”

▲ 친정 어매와 자신, 그리고 남편의 성을 따서 '심이정'석 자를 쓴 의자.
ⓒ 전라도닷컴

의자에 ‘어매 성 심 자 한나 써논 것’도 쳐다보면 어매 생각 나더란다. “어매만 생각하문 짠해. 어매가 서른 살인가에 혼자 되아서 고상 고상 많이 했제. 험헌 질로 쫍장헌 질로 지게 지고 댕김서 나무 해 날르고 농사 짓고 질쌈 해서 아들 한나 딸 싯을 키왔응께. 하루라도 일 안허는 그런 시상을 못 살고 돌아가셌어. 어매 혼차 고상한께 나도 동생들 갈치고 살림 이룰라다 스물셋에사 시집을 왔제.”
매사 ‘하하핫’ 잘 웃는 아짐이지만 어매 이야기끝엔 눈물바람. 코를 핑 푼다. 그렇게 뚝 끊어내는 슬픔. “울 새나 있이 살아왔가니….”

어매 돌아가신 지도 십여 년. “어매가 (곡물상) 하던 끄터리에 내가 쫌 도와주다가 어매 돌아가신 뒤로는 혼차 쭈욱 해왔어. 장시할 때문 어매 생각나제, 보고잡제.”

다른 장사엔 눈길 돌려본 적 없다. “나는 요것이 좋아. 가실에 오만가지 곡석 많이 나올 때는 더 재미지제. 내가 농사 진 거 아녀도 오져. 눈으로 쳐다만봐도 부자맹기고, 손으로 쓸어만봐도 사랑시럽고.”

“나는 토종 것만 하잖애.” 그것이 아짐의 자부심.
“나는 수입것은 안써. 밀만 중국치여.”
‘존 거’의 반열에 들려면 일단 ‘할매야’ ‘촌에치’ ‘촌에서 온 놈’이어야 된다.
“속 알고 가지가야제.”
“내가 많이 냉기묵으문 폴쎄 논 샀어.”
“한 번 두 번 볼 사람도 아닌디 서로 믿어야제.”
“내가 죄로 갈라고 지비를 둘러묵겄어!”
“딴 디서는 구천삼백완이나 구천오백완이여. 난께 구천완이제.”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아짐이 손님들한테 건네는 말들은 그대로 아짐의 장사 원칙이기도 하다. “내 욕심만 채리문 (손님) 안와.”
‘속 알고’ 가져가는 단골들 많은 이유다.

ⓒ 전라도닷컴

ⓒ 전라도닷컴

오곡면에서 온 할아버지도 단골 중 한 분. “검정꽤랑 콩이랑 너서 미숫가루 헐라고. 서울아들헌티 보낼라고. 쩌참에도 보냈는디 아들이 ‘아부지, 아부지가 보낸 미숫가루를 타 묵으문 배가 안 꺼지고 든든해라’고 그러던만.”
아들의 ‘꺼지지 않는 배’가 한량없이 흐뭇하여 그 말 끝에 웃음이 벙실 퍼지는 할아버지에게 아짐이 검정깨 다라이를 내민다.

“고달 할매가 갖고 온 검정꽤, 보실라요. 안 까불라서 거무쟁이(끄시레기)가 쫌 있어서 글제 꽤는 두말 헐 것도 없이 좋아. 까불라보문 알아.”
햇빛 잘 드는 자리를 골라 앉아 밝은 볕 내리쬐는 손바닥 위에 깨 한줌 올려 입김으로 후후 살살 까불라보며 ‘감정’ 들어간 할아버지의 자세와 표정은 한없이 신중하고 경건하다.
그 아들에게 꼭 보여주고픈 표정.

이 검정깨가 ‘진품 명품’임을 증명하고픈 아짐의 표정도 더할 나위없이 진지하다. 검정깨 다라이를 사이에 두고 자못 긴장감까지 흐른다. 몇 번이고 까불고 들여다본 끝에 할아버지가 마음 결정했다. “줘봐!”
흥정은 끝났어도 아짐의 덕담은 끝나지 않는다. “오빠 줄라고 존 거 냉가놨제.” “내가 오빠헌티 더 받으문 되가니?”…. 마무리는 “도란 장에 또 오쇼!”

ⓒ 전라도닷컴

ⓒ 전라도닷컴

ⓒ 전라도닷컴

“나는 장에 오는 푸접으로 살제!”

“아들헌티 미숫가루 해보낼라고” 온 할아버지처럼 아짐의 가게에 들어서는 이들은 그냥 콩 달라, 팥 달라 하지 않는다.
“콩장 맨들어묵을라고” “시제 뫼실라고” “노랑콩으로 튀밥 튀겨 묵을라고”…. 그것을 사는 이유까지 꼭 따라붙는다. 이야기의 실마리. 그래서 입으로 장도 담그고, 남의 집 시제도 참견하고, “깡깡허니 말고 연하게 사갈사갈 튀겨달라고 튀밥 장시한테 꼭 말하라”는 당부도 곁들여진다. 그 오지랖 있어 와글버글 사랑방 같고 쉬어가는 정류장 같은 곳.

‘여그도 아프고 저그도 아픈’ 할매들의 하소연도 이어진다. 아짐이 내리는 명쾌한 처방, “일 안하문 약이여!”
‘압록떡’은 들어서자마자 부고를 전한다. “우리 초롱이가 죽어불었어. 댓새 됐어. 나무 밑에 묻어줬제. 묵는 것을 그라고 좋아했는디, 초롱아 초롱아 배고파서 어쩌고 사냐 하제. 내가 집에 들어가문 환장을 허고 뛰고 넘고 할트고 했는디. 인자 집에 들어가도 푸접이 없어.”

할머니가 기르던 개 이야기다.
“그라제. 허퉁하제. 다 자기 푸접이 있어야 사는 건디”라고 위로하는 아짐.
아짐의 푸접은 무엇일까. “나는 장에 오는 푸접으로 살제!”
아짐은 3·8장인 곡성장에다 5·10일장인 석곡장도 다닌다.
“장에 댕기는 것이 내 추미(취미)여. 돈은 얼매나 벌가니. 기냥 반찬이나 사다묵고 용돈이나 벌제.”

오늘 번 돈으로는 장에서 아들 선물도 하나 샀다. “우리 머이매 줄라고 혁띠 한나 샀어.”
그것이 또 오져서 아짐 얼굴엔 웃음이 매달린다. 웃음 푸진 아짐.
“아녀. 내가 말을 안헌께 글제 고통이 많애. 근디 웃음도 많애. 질겁게 살라고, 맘 속에 존 것만 새기고 살라고. 하하핫.”

비바람 이겨내고 숱한 곡절을 딛고 건너온 곡식들이 거기 말갛고 순한 얼굴로 담겨 있듯 아짐도 암시랑토 않은 양 한 세상 건너가고 있는가 보다.

글·사진=남신희 기자

남신희 (miru@jeonlado.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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