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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사람 먹거리

우리 땅, 우리 사람들, 그들이 사는 곳에서 나는 먹을 거리 이야기

오일장에서 만난 봄봄!
제목 오일장에서 만난 봄봄!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 작성일 2011-04-11
  • 추천 0 추천 하기
  • 조회수 761
  • 평점 0점
 
오일장에서 만난 봄봄!
2010년04월14일 17시29분

▲ 허리 굽은 할매가 쩌어 산 밑으로 들로 사방디로 댕김서 모셔온‘장한 봄’.
ⓒ 전라도닷컴

#“푸릇푸릇 너물 묵으문 봄 돌아온 것 맹이제”
  봄나물 좌판

“아이고 벌써 쑥이 나왔네. 오매 머구도 있네. 안즉 춘디 이 귀한 것들을 워디서 캤으까.”
‘귀한 쑥’이라고,‘새 나물’이라고, 추위 속에 캤다고, 그 정성 알아봐주는 눈길들 있다. 2·7일 장이 서는 구례 산동장. 할매들이 길바닥 위에 봄을 한 무더기씩 부려 놓았다.
“사방 디 댕김서 캤제.”그렇게 이 곳 저 곳의 봄을 모아다 놓은 양점순(76) 할매.
“너물 묵으믄 봄 돌아온 것 맹이제.”어떤 호객의 말이 이리 아름다울까. 양점순 할매의 말에 다른 할매들도 합창한다.“아믄!”“시한에는 짐치배끼 없는디….”“바구리만 들고 나가믄 밥상에 뭣이라도 올리제.”
“싸랑부리(씀바귀)는 논두덕이랑 밭어덕에 많제. 쓴맛으로 묵어. 늙은 사람들은 속을 안께  좋아해. 젊은 사람들은 맛으로만 묵을라근께 그 지픈 맛을 몰라. 쑥부쟁이는 시방 논두덕에 쌨어. 안즉 덜 컸어도 맛나.”
꽃샘추위 몰아닥친 날도 들판에 하냥 엎드려 있었다 한다.“쩌 멀리 산꼭대기에 눈은 흐연디 요것 캐고 있을란게 쪼까 청승시럽대.”
“청승시럽대”라고 말하면서도 웃음을 매다는 할매.“나는 너물을 캐믄 집에 와서 개리들 안해.”왜냐.“끄시레기야 뭐야 없이 깨끗이 캔께로. 갖고 가서 해묵는 사람 숼(수월)하라고.”손끝 매시라운 할매 나물을 사가는 사람은 그 마음과 정성까지도 덤으로 받는 셈.

▲ “머구(머위) 잡사봐. 쌍곰하고 쌉쌀해서 입맛 돌아와.” 양점순 할매.
ⓒ 전라도닷컴


“봄이믄 산에 들에 돈이 깔렸어. 캐믄 돈이제.”
나물 대신 곶감이랑 대추를 갖고 나온 오점례(78) 할매가 거든다.“우리는 회관에서 놀아뿐디. 요 할매는 벌벌 떨고 나물하러 댕겨. 춘디 그라고 댕겨. 요것 하니라고 애썼을 것이여.”할매는 산수유 시배지로 이름난 계천리 현천마을에서 왔다.“우리 동네가 산수꽃이 겁나. 시방 산수꽃이 발롬발롬허니 봉올봉올허니 이삐제. 그래도 나같이는 안 이뻬.” 그 말 끝에 와크르 웃음이 번진다. 
할머니가 산수유 나무를 헤아리는 단위는‘그루’가 아니라‘근’.“(우리집은) 이백 근은 하제.”꽃보다 열매! 꽃만 보는 마음에 가을 열매까지 떠올려주는 그 대답.
박경순(82·산동면 시상리) 할매는 일찌거니‘완판’했다. 오늘 장에 갖고 나온 것은 쑥부쟁이 두 바구니가 전부. 총 매출 4천원이다. 어디다 쓰실까.“남원장날 가는 차비 헐라고. 교회 헌금도 옇고.”그 말에 박경순 할매보다‘더 젊은’70대 할매들이 아우성이다. “아따 성님은 인자 나이자셨응께 헌금 안 내도 돼라. 장바닥에 나와 요 고상을 해갖고 거그따 갖다 바치요.”그 아우성 물리치는 할매 말씀은“넘들 허는 것을 워추고 안해. 염치없이.”
얼마나 벌면 좋을까라는 물음에 할매의 지체없는 대답.“만원 쫌 넘게 벌문 좋제!”
‘완판’하고도 할매는 집에 안가고 붙어앉아서 남들 장사를 돕는다.“싸랑부리 잡사봐. 쌍곰하고 쌉쌀해서 입맛 돌아와. 낼 아측에 밥 두 그릇 잡사.”그런 말들로 오가는 발걸음 붙잡는다.
나물 하나 치켜들 때마다 요리법도 술술 풀려나온다.“쑥부쟁이는 디쳐서 무쳐묵어. 지름 치고 양님하고. 된장보담 장으로 간 맞춘 것이 더 맛나. 머구는 삶아갖고 쫌 당가놔, 쓴 맛 뺄라믄. 쓰게 묵을라믄 울굴 것도 없어. 그냥 된장에 조물조물 무쳐.”
요리법은 많지만 끝에 붙이는 결론은“자기 솜씨대로 해묵으믄 돼.”
양점순 할매도 오늘 아침에 쑥냉이된장국 끓여먹고 나온 참이다.“우리 영감님은 이빠지(이)가 없어. 근께 국만 잡사. 쑥이랑 냉이랑 같이 너문 행(향)이 좋제. 들깨도 갈아 붓고. 괴기국보담 맛나. 개안허고.”
유별나게 영감님 챙기는 양점순 할매.“영감님이 좋아하겄다”고, 당귀 가져온 할매에게 당귀 뿌리도 얻었다.“쬐깐 놈 한나만 개려줘”라고 청했더니“잎싹 빼쪽하니 비게(보이게) 심구믄 돼”라는 조언과 함께 두 뿌리가 건너왔다.
“영감님이 오줌싸고 들앙겄어. 들앙근 제(지)가 시방 한 삼년 됐제. 인자 애기여. 수발할라 돈 벌라 내가 심들어. 그래도 좋아. 살아 기신께. 우리 영감님이 점잔해갖고 생전에 괴팍을 부려보들 안한 냥반이여.”
당귀는 화분에 심어 방에 놔둘 참이다.“행이 좋잖애. 바깥 출입도 못하는 냥반인께 방에서 행 맡고 있으믄 좋제.”어둑신한 방에 퍼져나갈 당귀 향기, 할아버지의 봄을 환히 밝히겠다.
3·8일에 장이 서는 구례장에도 봄 들녘이 초록보자기처럼 여기저기 펼쳐졌다.
“꽃 안 핀 놈만 안 핀 놈만 쫓아댕김서 캤어. 꽃 핀 놈은 속에 깡치가 배겨.”“쩌어 산 밑으로 혼차 댕김서”봄을 날라온‘송센떡’(75)의 냉이 자랑이다.
“춘 디서 전딘(견딘) 것들이라 맛나. 냉이 넣고 된장국 낄일 때 무시도 어슷어슷 쳐서 너봐. 더 시원하고 맛나.”
‘송센떡’옆에 보따리를 풀어놓은‘김센떡’(73)은 씬나물을 캐왔다. 이 봄 이 산천에 돋아나는 수많은 나물들을‘너구나!’라고 눈밝게 알아보는 할매들.“꼬들빼기는 잎싹이 너풀너풀하고 뿌렁다구가 굵고, 씬나물은 잎싹이 쫍짝쫍짝하고 뿌렁다구도 잘잘해.” 그 나물이 그 나물 같은 고들빼기와 씬나물을 구별하는 방법이다.
“영감 입맛 돌아오라고 캤어.”김센떡의 말에 송센떡이“아따 지비 영감은 좋겄네”라고 놀린다.“우리 영감은 콩 팔아갖고 온다고 가더니, 그제 안와. 콩이 무거서 못온가 어짠가.”
돌아가신‘영감’은 영영 오지 않아도 봄은 어김없이 돌아오고, 굽은 허리로 이 산 저 들녘 나물 캐는 아짐 할매들의 공력 있어 장은 비로소‘온전히 봄’!

▲ 쑥부쟁이
ⓒ 전라도닷컴

▲ 바구리 한가득 봄이 올라왔다.
ⓒ 전라도닷컴
  
“미느리들헌테는 씨앗 안 매껴. 뻘로 숭군게”
옹잘옹잘 자루 풀어놓은 씨앗좌판

저 자루에서 풀려나온 씨앗들이 다 뿌려지면 이 땅이 얼마나 푸릇푸릇 하겠는가.
산동장 장옥 안쪽 깊숙이 들앉은 씨앗할매 곁에는 옹잘옹잘 자루가 풀어지고 옹기종기 할매들이 둘러앉았다.
씨앗 한 줌 고르는 것도“이녁 자석들 추미(취미) 따라서”달라진다.“우리 집 머이마는 국을 묵어싼께 아욱 낄여 묵을라고. 싸는 것을 그리 좋아헌께 상추도 조깨 사고.”
신문지에 싼 씨앗을 챙겨넣은 장백님(76·산동면 관산리) 할매의 인사는“인자 배추씨 사러 또 오께라.”
곡성장 씨앗할매(75·고달면 대사리)의 오늘 마수거리는 호박씨였다. 봄 돌아오면 씨앗 장수 나선 것이 10년째다. 영감님이 하던 것을 이어받았다.“우리 영감님 허실 적에는 물견도 물견도 말도 못허게 많앴는디…. 인자 째깨여.”
오늘은‘없어서 못 파는 댐배상추’를 장바닥에 깔아놓고 앉아 있으니 마음이 떳떳하다. 씨앗전에 모인 할매들은 이웃집 큰애기 품평 하듯 상추를 평한다.
“요거이 청치마상추여. 말하자믄 속이 젤로 찬 것이여.”“서울상추는 조깨 쓰드란께. 그 맛으로 묵겄제만.”“강한청치마는 늦되드만. 그것은 여름상추여.”“고향상추는 보들보들 애기 볼테기매니제.”
그리 고수들 중에도 실패를 하는 이들이 더러 있나 보다.“모냐(먼저)는 아적에 상추씨 심고 났더니 오후에 쏘내기가 와서 씨가 싹 다 올라와불드란 말이요.”
대사리 씨앗할매가 씨앗 위에 밭고랑을 만든다. 할매들 거드는 말씀에 상추밭 몇 뙈기가 절로 푸르게 일어난다.“상추씨를 두둑에다 숭그문 안되야. 호미로 고랑을 내 요래요래. 그 욱에다 사르르 뿌려놓고 손으로 덮어 요래요래. 손으로 사르르르 덮어.”
씨앗 하나 심는 일에 그리 마음이 들어간다.“그런께 머던 어매들은 미느리들헌테는 씨앗 안 매껴. 뻘로 숭군게.”
‘요래요래’씨앗 뿌리던 할매들 가고 없는 세상에서 오래된 마을 고샅고샅 집집이 텃밭에 상추씨는 누가 다 심을까.
“더덕씨 거짓갈같이 째깨 줘봐.”
한 홉들이 소줏잔에 담긴 3천원어치 더덕씨는 너무 많다는 김옥순(80·죽곡면) 할매. “많이 갈고 잡제. 허고 잡긴 허고 자와. 근디 인자 풀을 못 매.”
대사리 씨앗할매는 3천원어치에서 반을 덜어내 거기에 또 한 자밤을 얹어 넣고 신문지를 싼다.
“너머 많애. 이라믄 지비가 손해여.”
“손해 나믄 어서 또 이익 본 데가 있지매.”
아욱씨 상추씨 도라지씨 더덕씨 신문지 봉지에 싸가는 할매들 손길에‘요래요래’봄은 오는 것이리라.

▲ 저 자루에서 풀려나온 씨앗들이 다 뿌려지면 이 땅이 얼마나 푸릇푸릇 하겠는가. 아욱씨 상추씨 도라지씨 더덕씨…신문지 봉지에 싸가는 할매들 손길에‘요래요래’봄은 오는 것이리라.
ⓒ 전라도닷컴

“시한내 이 할매랑 감자랑 둘이 살았당께”
씨눈감자 파는 박순분 할매
싹을 틔운 감자 상자를 앞에 두고 앉은 구례장 박순분(77) 할매는 마산면 냉천리에서 왔다.‘아파트사람’이니‘사치용’으로 가져가라신다.
“아파트사람은 감자를 화분에 심드란께. 안 묵고 눈으로 보기만 헌께 사치용이제.”
“사치용 안헐란디요.”
“그라믄 흙을 많이 파갖고 덮어불어. (싹이)보이게 묻으믄 꼬실라져불어. 지 키의 두세 배는 덮어야 해. 그라믄 어짰든지간에 지가 나와. 지도 살란게 나와.”
할머니 씨감자는 밭 두 마지기에다 숭근 감자를 작년 가실에 캔 것이다. 그 중 한 상자를 방에 들여서 싹을 틔웠다.
“우리집이 지름보일라 땐께 따솨. 아랫목에다 시한내 앉혀놨다가 그대로 갖고 왔어. 따순 방에서 시한내 이 할매랑 감자랑 둘이 살았당께.”
지나가는 할매가 고개를 딜이민다.
“그나 감자 잘 키왔네.”
감자에 싹이 나고 잎이 나고…. 사는 일은 세상 이치 그리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것이렷다.
내일은 이빨 허고, 도란 장날은 빠마 허고, 4월2일에는 관광 가실 계획이 빈틈없이 창창한 할매.
할매 앞으로‘제22회 지리산녀 선발대회’플래카드가 펄럭인다.‘내적인 아름다움이 숨쉬는’지리산녀들을 뽑는단다. 이 장바닥 할매들이 모다들 그 대회에 나가시문 진선미는 따논 당상일 성 부르다.

▲ “시한내 이 할매랑 감자랑 둘이 살았당께.” 싹 틔운 감자를 갖고 나온 박순분 할매.
ⓒ 전라도닷컴

“나 가고 없어도 울 아그들은 묵을 것인게”
나무전

 
나무마다 이름표를 달았다. 노란 손수건을 가슴에 단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 같은 나무들.
2·7일 장이 서는 구례 산동장.
살구 대추 석류 자두 산수유 왕벚 백일홍 중밤 홍로 단감 대봉 월하시곶감…. 그 이름들을 호명하는 사이 빈 가지에 꽃송이들 벙글어지는 봄이 무르익고 열매들 우르르르 매달리는 가을이 달겨든다.
“어따 이놈! 올 시한에도 안 죽고 살았냐.”
“안 죽고 새로 본게 좋그만.”
장터에서 오랜 동무를 만나서 서로 무고함을 반기는 말씀들이 그러하시다.
봄은 내 밭에 내 마당 옆구리에 꽃피울 궁리하는 것이라고, 꽃샘 찬바람에도 산동장 나무전앞에는 머무는 발길들 많다.
“장날이 뱅원날(병원 가는 날)이여. 뱅원비보다 택시비가 더 많썩 들어.”
병원 먼저 들렀다 온 박기남(86) 할무니는 단감나무를 들여다보고 있다.
“아리께 열 낭구 숭겄는디 눈이 와서 죽어뿐 것 때울라고. 낭구 죽은 자리를 쳐다 보믄 허전헌게.”
신학리에서 온 김명순(62) 아짐은 보리똥나무를 추켜들었다.“야들은 화분에 심어도 잘 되야. 뿔그시럼헌 벌똥(보리똥)이 주렁주렁 달려. 근게 넘이 갖고 가불어. 늘 자꼬 사 날르네. 놈 존 일 할라고. 하하.”
대추나무는 5천원, 석류 3천원, 매실 3천원, 대봉은 2천원도 하고 3천원도 한다.
“나는 대봉으로만 살라네. 늙어진게 몰랑몰랑 홍시가 좋아.”
대봉 여섯 그루에 ‘만완짜리 두 장’을 내고 2천원을 거슬러 받은 영감님에게 지나던 할매가 덕담을 하신다.
“아따. 큰살림 장만허겠소.”
좌사리 상관마을 박종률(74) 할아버지는 대추 한 나무, 자두 한 나무를 샀다.
“내가 요 놈을 묵어 보고 죽을란가 어짤란가 몰겄네. 나 가고 없어도 울 아그들은 묵을 것인게.”
오늘 인연을 맺은 이 작은 나무가 크게 자라서 그 나무 아래 손주새끼들 노니는 풍경을 그렇게 그려보는 것이다.
“아따 그 놈 뿌리 좋네.” 나무는 뿌리를 보고 사는 것이라 한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누가 무슨 나무 사는가 보는 것이 재미진 구경꾼들도, 저마다 전문가다.
“아 우리 낭구는 왜 근당가. 시글시글허다가 싹 다 디져(죽어) 뿔어.”
“작년 봄이 기가 맥히게 가물았어. 순이 나오다 디져.”
나무전 앞 어르신들의 화제는 이제 막 심은 묘목들이 시난고난 말라지던 지난해 봄가뭄으로 넘어가다가‘열 낭구가 싹 다 죽어뿐 집’나무 살릴 궁리로 돌아선다.
“가물아도 안되지만 물손 받으도 안되야.”
“물 짜락짜락 짤박짤박 헌 디서는 절대 안돼.”
그 사이사이 누군가 “차량이 맛이 어짜까” 묻고 누구는“올해는 옥밤(옥광밤)을 한나 숭구봐야 쓰겄는디…”혼잣말을 한다. 그 말 받는 이들이 여럿이다.“단감은 차량이라야써. 납딱납딱 씨도 없고 달고 좋제.”“옥밤은 야물고 달긴 헌디 수확이 작아.”
옥밤 한 그루 사는 이에게 나무 장사도 아닌 이들이 한 그루 더 짝맞추기를 권한다.
“한 낭구 숭그서는 안 열어. 두 낭구 숭궈야제.”
“단감 앞에 숭글란디 단감허고 사귀라 그러제. 오도가도 못헌디 지그 둘이 마주쳐야제 어쩌. 하하.”
오늘 산동장 나무전의 베스트 상품은 야물게 골지고 달다는 차량단감과 새큼새큼 매실.
“매실액기스 맹글아서 아그들 한 뱅씩 줘야제. 속 깝깝헐 때는 최고 약이여.”
“거 머냐 머냐 거 머드라 머드라…”눈으로 나무 점고를 해 봐도 하필 없는 나무인가 보다.“무화과는 없는개비여.” 
“도란장날 갖고 오께요.”
그리 약조를 하는 나무 장사 양씨. 순창 동계 2·7장도 보고 곡성 3·8장으로 남원 4·9장으로 나무 팔러 다니는 양씨(55) 아재는 장터마다 봄 한철 단골이 많다.
“씨뿌리고 접목시켜서 키와서…나무 하나 맨들어 나오는데 3년이 걸려요.”
첫 해 나무 보퉁이를 풀었을 때는 재미를 못 봤다. 한 4년 지나고 나니“저 냥반 물갠이 좋긴 좋아”하고 인정을 받았다.
나무 사가는 이한테 그이가 묻는 말이 있다.“어디 사시오?”나무가 뿌리내릴 자리에 따라 일러 주는 말이 다르다.“그 동네는 양지 바르고 물 잘 빠진게 암데다 심어도 잘 되야요.” 그리 말할 때는 맘이 편타.
정월 보름날마다 황새 오는 신학리에서 온 정중오(87) 할아버지는 아주까리 동백을 샀다.
“뫼똥 가상에 숭글라고. 저 산에 누웠어도 꽃 피믄 좋겄제 안 근가?”

▲ 봄은 내 밭에 내 마당 옆구리에 꽃피울 궁리하는 것이라고, 꽃샘 찬바람에도 산동장 나무전앞에는 머무는 발길들 많다.
ⓒ 전라도닷컴

▲ 나무마다 노란 이름표를 달았다. 그 이름들 호명하는 사이 빈 가지에 꽃송이들 벙글어지는 봄이 무르익고 열매들 우르르르 매달리는 가을이 달겨든다.
ⓒ 전라도닷컴

#“지금은 쮜뀌미 도다리 맛날 때여”
어물전

“이때끔 오늘 장이 젤로 크구만.”
손바닥만한 산동장, 고요한 산동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심홍주(77·산동면 외산리) 할아버지 말에 생각이 달라진다. 긴긴 겨울 지나 날 풀려 사람들 부쩍 많이 나온 산동장의 활기를 반기는 할아버지 식의 표현이 그러하다.
“오니라고 애쓰셨소.”
어물전 주인 강봉례(81) 할매가 할아버지를 반기며‘오늘의 추천상품’을 소개한다.
“지금은 쮜뀌미 도다리 맛날 때여. 반지락도 된장국에 여서 낄여묵으믄 맛나제. 맛이 여물어질 땐께.”
봄을 대표하는 바닷것들이 할매 입에서 좌르르 쏟아진다. 
“뱃 속에서부텀 장사했제. 안해본 장사 없어”라고 큰소리 치는 할매.“(산동장이) 옛날엔 바글바글했제. 괴기장시도 많고. 돼야지전도 있고 깽번에 소전도 있었어. 인자 암것도 아녀. 그냥 놀러 댕기는 거제.”
말로는 놀러 댕기는 거라면서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장사를 접은 적이 없는 할매.“비가 오나 눈이 오나…”라고 이어지던 말은 어느 새 가락이 붙어“바람이 부나…”노래가 된다.
“해이나 허고 나와. 여그는 면이 짝아갖고 사람이 나올 구녁이 없어. 바짝 두 시간이나 장사허제. 일년으로 따지믄 딱 두 번 장사여. 설하고 추석. 대목에나 포도시 장 기분 나제.”
어물전 들여다보는 심홍주 할아버지 손에 작은 비닐봉지가 들려 있다.
“꽃이여. 뭔 꽃인고 이름은 몰라. 얻었어. 꽃장시가 주대.”
강봉례 할매가 덕담을 안긴다.“잘 키우쇼. 우리같은 사람들은 못 키와. 꽃도 애기 키우대끼 착실히 키와야 헌디 우리들은 맨나 돌아댕기는 팔잔께.”
할매는 산동장뿐 아니라 구례장도 간다. 예전엔 화개장도 다녔다.“화개장은 인자는 안 댕겨.”이제는 안 다니는 화개장이지만 그 시절 이야기할 때면“화개장터 부르는 조영남이도 거그서 봤제”라는 자랑은 단골 레퍼토리.
어물전 구경하던 할아버지는 고등어 한 마리 사서 배낭에 집어넣고, 한 손엔 비닐봉지 꼬옥 쥐고 집으로 돌아간다.“깐닥깐닥 가믄 돼.”지팡이 짚고, 봄볕 등에 업고 가는 길이다.
“얄포록허니 이삐고 존 거 많이 나왔대. 성님도 고운 것 한나 사서 걸쳐봐.”
단골 아짐이 어물전에 들어서며 옷가게의 봄을 알린다.
“그래도 아측(아침)으로는 안즉 추와.”새벽 추위에 얼마나 손님이 서둘러 오랴만, 부지런한 버릇 어쩌지 못해 할매는“새복바람 쐼서”여섯 시부터 나와 불을 피웠다.
“추와도 장사 잘 되믄 봄날이제. 우리는 고것이 봄날이여.”
찬 바람 잔잔해지고 해 떠서 이제 좀 따뜻해질 판인데 산동장은 파장 분위기다.

▲ 어물전에서 산 고등어 한 마리 배낭에 넣고, 꽃장시가 준 꽃봉다리 들고, 봄볕은 등에 업고. 깐닥깐닥 집에 돌아가는 심홍주 할아버지.
ⓒ 전라도닷컴

▲ 저리 작은 꽃망울 여느라 애썼다. 천리 가는 향기여서‘천리향’.
ⓒ 전라도닷컴

▲ 겨울 끄트머리서부터 일찌거니, 봄왔다! 말하는 꽃. 복수초.
ⓒ 전라도닷컴

▲ 뻘에 들에 밭에 또랑에 어디든 진 자리에 뀌고 나가는 장화. 이삔 것이 찔그기(질기기)도 해서 이름도 ‘코끼리표’.
ⓒ 전라도닷컴

#“쌈 헌께 사람들이 앵겨들구만”
  함께 둘러앉은 점심밥상
“숟구락만 갖고 와.”
숟가락만 들고 끼여들면‘한 식구(食口)’된다.
애호박 종이박스가 상이 되고, 각자 스티로폼 얹어 만든 의자들 들고 모여든다. 시장 가운데 채소전에 차려진 밥상. 밥그릇만 들고 숟가락만 들고 들명날명 부산스럽다.
사람 수가 그대로 반찬 가지수가 되어서 걸다.
“혼자 묵으믄 뭔 맛이여. 우리는 여럿이 합자로 묵어.”
오늘의 최고 인기 메뉴는 상추야 봄동이야 온갖 쌈거리.
“쌈 헌께 사람들이 앵겨들구만.”
“아따, 누가 들으믄 쌈 난지 알겄네.”
취나물로도 젓가락이 모인다.“기똥차게 꼬십네.”
“쌈이랑 나물 한가지에도 밥이 몇 그륵 들어가네.”
이 풍경 바라보는, 자칭‘욕박사’라는 할매의 한마디.“워따 옴지랑참지랑 잘들 쳐묵네!”
저만치서 손님이 값 묻는 소리에“예에∼, 삼천 원이요”대답하면서도 얼른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고 한 술이라도 더 밀어넣게 되는 맛. 옆에서 더 성화다.“호박아(호박 파는 아짐이라서), 손님 떨치겄다 얼릉 가봐라.”
금세 쌈거리가 동났다.
“상추 많다고 고만 시끄라고(씻으라고) 난리더니 다 떨어져붓네.”
‘냉천떡’이‘발바리’란 별명답게 재게 달려가 쌈거리 한 바구니를 또 수북이 씻어 내온다.
“아따 손이 깨져불라그네.”
‘욕박사’할매가 그 소리 그냥 넘길 리 없다.
“염병허네. 손이 생기다말았는갑구만. 요렇게 따땃한 봄날에 손이 시라야?”
‘버럭’내치는 말에 와크르 웃음이 번진다.
밥상 가운데 두고 소풍 나온 양 둥글게 모여앉은 아짐 할매들 뒤로‘喪中’이란 글씨 보인다. 대문에 내붙인 검은 글자 위에도 봄볕 내리쬔다.
‘요렇게 따땃한 봄날’놔두고,시장골목 할매 한 분이 돌아가셨다.
“백 살이 넘으셨다제.”
“잉, 백삼 살이라글더만.”
“원도 한도 없이 잡사갖고 돌아가셨응께 그래도 덜 서운하제.”
“할매는 인자 숟구락 놓으셨는디 우리는 살아서 끄니 되문 요라고 숟구락 드네.”

▲ “혼자 묵으믄 뭔 맛이여. 우리는 여럿이 합자로 묵어.” 상추야 봄동이야 온갖 쌈에 쌈하고, 취나물에 썩썩 비벼먹는 밥. “기똥차게 꼬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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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숟구락만 갖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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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 잊어뿔어도 빵긋빵긋’
만든 꽃다발 과실화분 사가세요

“아따 이삐다 이뻐 이뻐, 참말로 이삐요.”
“아이고오 저 복성 잔 봐.”
“어따 감 사과가 겁나게 잘 열었네.”
때는 봄날인데 때 아닌 과실 칭찬이 이어진다. 만든 꽃다발과 과실나무들이 장 한귀퉁이를 화사하게 밝히고 있다.
“하나 갖다 노세요.”
휠체어에 앉아 들릴 듯 말 듯 지나는 이를 부르는 성기복(50)씨는 꽃장사가 27년째다. ‘장애인공동체 나눔의 집’에서 만든 것을 전국을 돌아다니며 팔고 있다.
“과일화분은 밤에 야광이 돼서 좋아요.”
“야광이 되야불문 불 안써도 되겄네. 전기세 애끼겄네.”
“근디 그것은 문제점이제. 마느래 얼굴이 밤에도 뵈길 것 아니여.”
껄껄 웃는 어른신들.
산동 면소재지에서 온 양훈봉(82) 어르신은 병원 들렀다가, 호맹이 한 자루 존 놈으로 8천원 을 주고 사고, 이제 나비 올라앉은 앵두화분을 산다.
“요놈은 생전 물 안쳐도 되겄네. 시들까 어짤까 꺽정 없겄어.”
“그라제. 술 묵기는 쉬워도 물 주기는 애럽드란마시.”
토지면 군내리 원내마을에서 온 이상옥(69) 어르신도, 토지면 오미리 매죽마을 정무성(70) 어르신도 화분 하나씩을 추켜드신다.
“근디 요놈 복성은 너머나 따묵고 잡게 생겼는디.”
“시들뽀들 몰라죽든 않겄네.”
‘일체 잊어뿔어도 빵긋빵긋’한 그런 꽃나무 한 그루 방 안에 들여두고 싶어서 큰 돈 쓰고 가시는 어르신들.‘늘 자꼬 물을 찌끌어야 하는’농사에 바친 평생에 그 꽃나무 부디 위로가 되시기를.

▲ 늘 자꼬 물을 찌끌지 않아도 항시 빵긋빵긋한, 그런 꽃나무를 샀다. 양훈봉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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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남인희·남신희 기자

남신희 (miru@jeonlado.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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