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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사람 먹거리

우리 땅, 우리 사람들, 그들이 사는 곳에서 나는 먹을 거리 이야기

고향에서 보내온 쑥국 한 그럭
제목 고향에서 보내온 쑥국 한 그럭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 작성일 2010-04-26
  • 추천 0 추천 하기
  • 조회수 375
  • 평점 0점
 
고향에서 보내온 쑥국 한 그럭

ⓒ 전라도닷컴

팔순 어매가 점드락(저물도록) 캤을 쑥 한 봉다리를 고향에서 택배로 보내왔다.
말하자면 우리 아파트에 남녘에서 상경하는 봄과 함께‘내 마음속 고향’이 당도한 것이다. 그런데 고마움에 앞서 왈칵 짜증부터 났다.“잘 받았고 잘 먹겠다”는 전화를 하면서도 퉁명스럽게 “어-머어-이, 지발(제발) 적선허고(바라건대) 이거고 저거고 인자 좀 그만허시요이”내질러놓고도 심간(마음)이 영 편치 않다.

얼마나 많은 논두렁, 밭두렁, 까끔을 헤맸을까
어머니는 대체 언제까지 자식들을 위하여 이런 수고로움을 계속 하실 것인가, 싶어서다.‘꽃샘에 설늙은이 얼어죽는다’는 속담도 있지만, 꽃과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대낮에도 썬득썬득, 살을 에는 어설픈 날씨에, 이 양반은 얼마나 많은 논두렁, 밭두렁, 까끔(산비탈)을 헤매며 아기쑥, 햇쑥을 캤을 것인가. 마음은 두엄자리 속인데도 한편으론 된장 풀고 향긋한 쑥 몽땅 넣어 끓인 국 생각에 벙그러지는 입을 어쩌랴.
“묏동에나 가먼 모릴까(모를까) 어떻게 주그먼(죽으면) 다 썩고 말 삭신을 가마니(가만히) 두냐. 우리 새끼들이 얼매나 만나게(맛있게) 먹을 거신디. 글고 너는 그런 근심허지 마라. 몸뚱아리를 자꾸 움지긴개(움직이니까) 이렇게 아프지도 않는 거셔. 가마니 방구석에 처배켜(처박혀) 잇스먼 무신(무슨) 재미로 산다냐. 산송장이지.”
어머니의 사설은 곧장 이렇게 이어진다.“알았어요. 알았어. 엄니 허고 자픈 대로 얼마든지 허시요이.”당신들 생각하고 한 말이 늘 이렇게 싱겁게 판정패로 끝나고 만다. 덤으로 잔소리 하나 더 듣는다.“너그나 잘 허고 살아. 보내준 것 만나게 해먹고. 그놈의 술 쪼깨 먹고 일성(늘) 조심히라이. 대처(서울)는 너그 아버지 말마따나 똥깐에 고자리(구데기)가치(같이) 사람들이 득시글득시글헌담서. 까닥 정신놓고 살먼 코 베 간다며. 이놈아, 차돌같이 딴딴히져야여. 글고 니가 핑생 돈 벌 줄 아냐. 니 피처럼 돈 애끼(아껴) 쓰고.”
“무슨 코는? 벨 씰데없는 걱정 고만 허시오. 전화 끊을라요.”
“니가 끊으라고 안히도 내가 먼저 끊는다이. 에미는 괜찬냐?”
 
나의 봄은 매화꽃이 아니라 늘 햇쑥과 함께 온다
얼마 전 막역한 벗이 한 신문에 똑부러지게 쓴‘도다리쑥국’기사가 떠올랐다. 쑥국만 해도 맛있는데, 거기에 손바닥만한 도다리를 넣으니, 얼마나 맛있을 것인가. 그가 말하는 도다리쑥국의 정의는‘담백+시원’이다. 향긋한 쑥 냄새와 담백한 도다리 맛.‘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친구의‘뻥’은 계속 된다. 봄 도다리 살은 사르르 녹아‘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같단다. 요리법까지 친절히 써놓았다. 육수(다시마와 멸치+표고버섯을 우린 국물)에 된장(반 숟가락) 풀고 도다리 넣어 끓인 뒤 마지막에 여린 햇쑥을 넣는다. 양념(파 쏭쏭+다진 마늘)은 많이 쓸수록 쑥 향기가 사라지기 때문에 되도록 넣지 않는다. 쑥은 도다리가 완전히 익은 뒤에 넣어야 한다. 너무 일찍 넣으면 쑥이 풀어지고, 오래 끓이면 향이 사라지면서 색이 노랗게 되어 질겨진다(이것이야말로 상식이다). 벗은“도다리쑥국 한 냄비에 멍게젓비빔밤 한 그릇이면 온 몸에 봄이 가득 출렁인다”며 글을 맺었다. 
그렇다. 쑥국 한 그럭(그릇) 훌러덩 먹으면, 봄의 물결이 진짜로 내 몸에서 출렁거림을 느낀다. 냉이 달래가 무슨 필요인가. 도다리도 없어도 아무 상관없다. 그저 쑥국 한 그럭에 공기밥 두 개는 해치워야 직성이 풀린다. 나는 해마다 요맘때쯤이면“봄=쑥”이라는 풀이를 내세운다.
나로선 봄은 매화꽃과 같이 오는 게 아니라 늘 햇쑥과 함께 온다. 고향 임실의 봄이 서울 목동의 식탁에 고스란히 옮겨온 이 저녁, 나는 마냥 행복해 어쩔 줄 모르며 쑥국 예찬론을 편다.

최영록 <성균관대 홍보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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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출력  2010-04-23 17:57:15  
ⓒ 전라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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