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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사람 먹거리

우리 땅, 우리 사람들, 그들이 사는 곳에서 나는 먹을 거리 이야기

'둥근 달이 꼭 오메(엄마) 얼굴로 보여부네.'
제목 '둥근 달이 꼭 오메(엄마) 얼굴로 보여부네.'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 작성일 2010-09-06
  • 추천 0 추천 하기
  • 조회수 697
  • 평점 0점
 
‘둥근 달이 꼭 오메 얼굴로 보여부네’
다시 돌아간 고향집에서 본 보름달
2009년11월09일 17시59분

▲ 마을 앞강을 따라 길게 뻗은 장산 위로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 전라도닷컴

진뫼마을 앞산에 보름달이 휘영청 떠오르며 강마을 환하게 비추는 밤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어린 시절 앞산에 보름달 떠오르면 덩달아 내 마음도 두둥실 떠올라 강변으로 달려나가 달구경을 하곤 했다.

여름방학이면 아이들은 저녁마다 벼락바위나 작은 정자나무 아래쪽 바위 많은 강변에 나와 잠을 자며 놀곤 했다. 마을 앞강을 따라 길게 뻗은 장산(長山) 위로 보름달 휘영청 떠오르는 밤이면 옥수수 서리를 하기도 했다. 달빛 아래 김 폴폴 나는 양은솥에서 찰진 옥수수 하나씩 꺼내 먹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강물 소리에 소쩍새 소리 어우러지고 달빛 물든 강물 위로 반딧불이 춤을 추는 환장할 밤이면 친구들은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며 보름달을 가슴에 품어 안고 밤을 보냈다.

늘 보아오던 고향마을의 밤 풍경이 이리도 찬란했던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듬해인 1986년, 고향집이 팔리자 진뫼마을 밤 풍경은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었다. 고향집을 사기 전까지 나는 밤마다 고향마을을 헤매고 다니는 꿈을 꾸곤 했는데 가끔씩 보름달 속에 펼쳐진 고즈넉한 마을 풍경이 나타나기도 했다.
드디어 1998년 봄, 집을 사서 주말마다 달려가 밭농사 짓고 살자 늦여름 밤 풍경이 내 눈앞에 현실로 펼쳐졌다. 고향 떠난 지 12년만이었다. 그 해 늦여름 어느 날 밤, 앞산에 둥근 보름달이 솟아오르자 아내와 강가로 나갔다. 강변으로 나가니 반딧불이 춤을 추며 반기고, 옥구슬처럼 맑고 투명한 알락방울벌레 소리를 듣노라니 고향 떠나간 부모형제들과 깨복쟁이 친구들 얼굴이 떠올랐다.

징검다리를 건너니 둥근 달빛은 강여울에 누워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다. 강변마을에 태어나 늘 보아오던 고향마을의 밤 풍경이 이리도 찬란했던가. 타향을 떠돌며 아름다운 달밤을 잊고 지내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 달이 강물에 몸 담그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니 여기가 ‘무릉도원’이려니 싶었다. 

ⓒ 전라도닷컴

구멍 뚫린 창호지 속으로 빠끔히 들어온 달빛 한줌
집으로 돌아오는 고요한 달밤, 발을 내디딜 때마다 고무신 속에서 찍찍 물소리 들려오는데  길가에 세워둔 참깨다발 뒤로 술래잡기하던 깨복쟁이 친구들이 곧 내 이름을 부르며 나타날 것만 같다.
방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데 구멍 뚫린 창호지 사이로 환한 달빛이 새어 들어와 식구들 얼굴을 환히 비추고 있는 게 아닌가.
‘아버지 자리였던 저 아랫목. 이제는 아이들 꼭 껴안고 떡 허니 누워 달빛 받아 평온하게 자고 있으니 나는 세상에서 부러울 것 하나 없는 행복한 사람이 되었구나.’

쉬이 잠이 오지 않아 마루에 나가 앉아 둥근 달을 하염없이 바라보니 달 속에 어머니가 들어가 계신 것 같다. 어머니는 그리운 아들과 이승에서 만나지 못한 며느리와 손자들 보고 싶어 오늘밤 구멍 뚫린 창호지 속으로 빠끔히 달빛 한줌 내밀고 있는지 모르겠다.
‘팔려버린 집을 다시 사서 요로케 자식들 데리고 니가 돌아옹게 나는 너무도 기쁘다. 오늘밤 니가 하도 이뻐서 구멍 뚫린 문종이 사이로 식구들 자는 모습 살째기 살펴봤제. 아들 하나 딸 하나, 참 이쁘게도 낳아서 데리고 왔구나. 고마운 내 새끼.”
‘오메! 집 사서 미너리랑 손자들 딜꼬(데려)온게 좋아? 오늘밤 달빛이 어치게 방안까지 훤히 비추던지 잠을 잘 수가 있어야제. 그리서 이렇게 마룽(마루)에 나와 달을 보고 있어. 오늘밤, 둥근 달이 꼭 오메 얼굴로 보여부네.’

달 보며 어머니와 속삭이던 그 밤 이래로 달이 뜨면 어머니 생각이 더욱 간절해 이듬해 겨울, 어설픈 글을 도마 위에 써서 내 탯줄 자른 아래채에 걸어놓았다.
<달은 높이 솟아/ 앞산에 뜨고/ 그리움은 산을 넘어/ 달 속에 있네>
‘어머니는 내가 보고 싶어 앞산에 뜨자마자 우리집을 비추고, 나 역시 어머니 보고 싶어 이미 달 속에 들어가 어머니를 부둥켜 앉고 있네’라는 맘을 새겨 넣은 것이다.
늙으신 부모님들 몇 분 사는 텅 빈 강변마을에 곧 추석이 다가온다. 올 추석에는 깨복쟁이 친구들 많이 내려와 함께 보름달 보면서 환하고 둥근 마음 함께 담아가길 바라본다.

김도수님은 순천에 거주하며 주말이면 고향인 전북 임실군 진뫼마을로 돌아가 밭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징글징글한 고향사랑’의 마음을 담은 산문집 《섬진강 푸른물에 징검다리》(전라도닷컴)를 펴내기도 했습니다.

김도수 (ehtn117@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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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청산 2012-09-12 0점 댓글 수정 댓글 삭제 스팸글 가슴 찡합니다.
  • 제임스 딘 2010-09-07 0점 댓글 수정 댓글 삭제 스팸글 이 글을 읽으니 정말 어린 시절 해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같이 살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 제임스 딘 2010-09-07 0점 댓글 수정 댓글 삭제 스팸글 아련하면서도 눈물이 난다. 고향집 마당에 누워 하늘을 보면 그리도 찬란했던 은하수, 지금은 어디로 갔나. 반딧불이 꿈결처럼 흘러 나르고 풍뎅이 사슴벌래보고싶고 보고싶다.이제 찬바람 나고 추석이 오면 어메는 솔잎에 송편을 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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